
세계 언어 시장의 슈퍼 루키, 한글의 놀라운 파급력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마지막에 탄생한 문자, 바로 우리가 매일 숨 쉬듯 사용하는 한글입니다. 전 세계 7,000여 개의 언어 중 고유한 문자를 가진 경우는 100여 개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언어가 다른 문자를 빌려 쓰는 현실 속에서 우리만의 독창적인 문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최근 한국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며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유수 대학가에서는 한국어 수강생이 지난 10년간 약 100%에 가까운 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프랑스어나 독일어 같은 주요 유럽 언어의 수강생 감소 추세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언어의 영향력만큼은 이미 세계 6위권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힘과 더불어, 배우기 쉬운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에는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면 배울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깨우칠 수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접할 때 가장 놀라는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복잡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가진 글자로 보였지만, 막상 원리를 배우면 너무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합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문자 해독'은 매우 큰 진입 장벽이 됩니다. 그러나 한글은 그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어줍니다. 비록 어순이나 문법은 낯설지라도,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언어 습득의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강력한 기반이자, 외국인들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그 문화를 동경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족쇄를 채운 24자, 600년 전 봉인된 한글의 잠재력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글이지만, 사실은 본래의 능력 중 일부가 봉인당한 채 사용되고 있다는 깊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훈민정음을 창제하실 당시 28개의 자모를 만드셨지만, 우리는 현재 4글자가 사라진 24자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현대 표준어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우리말에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래아', '반치음', '옛이응', '여린히읗' 등을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조선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화되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외국어와 외래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영어의 'F', 'V', 'th(θ 번데기 발음)' 등은 현재의 한글 24자로는 완벽하게 표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라진 글자들을 다시 소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순경음 비읍(ㅸ)'을 활용하면 영어의 'V' 발음을, '순경음 피읖(ㆄ)'을 활용하면 'F' 발음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옷 디귿'의 합용 병서 등을 활용하면 혀를 살짝 무는 'TH' 발음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의 영어 교재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표기법을 사용하여 당시 사람들이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구사하도록 유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한글이 본래부터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놀라운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다문화 시대, 모든 소리를 품는 진정한 세계의 문자로
대한민국은 이미 외국인 주민 250만 명 시대를 맞이했으며, 전체 인구의 5%가 외국인인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입니다.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하고 귀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유한 이름이나 모국어 발음을 현재의 한글 표기법에 억지로 맞추다 보니, 본래의 소리와는 동떨어진 표기가 되기 일쑤입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은 자국의 문자가 없어 로마자를 차용해 쓰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우리만의 훌륭한 문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정한 24자의 틀에 갇혀 표현의 한계를 긋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광활한 대지를 달릴 수 있는 명마를 좁은 울타리에 가두어 두는 것과 같습니다.
'표준어 규정'이라는 권위에 갇혀 "이것은 틀린 표기"라고 배척하기보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살려 다양한 소리를 적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한글의 세계화'가 아닐까요? 우리 말과 글은 60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기록을 보면 '부섭(부엌)', '호미', '고티(고치)', '두터비(두꺼비)', '부헝(부엉이)' 등 현대어와 거의 유사한 단어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이는 우리가 600년 전 조상들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위해 만드신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문자' 한글. 이제는 그 봉인된 잠재력을 깨워, 전 세계의 모든 소리를 품을 수 있는 진정한 '세계의 문자'로 거듭나게 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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