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생각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분께 익숙한 통념입니다. 소화 불량으로 병원을 찾으면 신경성 위염 진단을 받고, 뒷목이 뻐근하면 스트레스성 근육통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요. 마치 스트레스가 우리 몸을 파괴하는 절대 악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스트레스 그 자체만이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우리 몸과 마음이 만들어낸 신비한 방어벽인 스트레스의 진짜 얼굴과 이를 현명하게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스트레스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 진짜 얼굴
우리는 스트레스를 무조건 피해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스트레스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강력한 방어 시스템입니다. 아프리카 초원의 얼룩말이 사자를 마주쳤을 때를 상상해 보십시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얼룩말의 뇌는 부신에 신호를 보내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급격히 분비하게 합니다. 이 호르몬 덕분에 얼룩말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어 도망치거나 싸울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긴장과 압박감은 사실 위기 상황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고 난관을 헤쳐나갈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얼룩말과 달리 인간은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 속에 산다는 점입니다. 얼룩말은 사자가 사라지면 다시 평온하게 풀을 뜯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며 만성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반응 자체는 우리를 살리기 위한 신비한 생체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믿음의 힘: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가 생사를 가릅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스트레스의 ‘양’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3만 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1년간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그리고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지를 조사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망 위험률이 43%나 높게 나타난 그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동시에 "스트레스가 내 몸을 해친다"고 굳게 믿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라도 그것이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보다도 사망 위험이 낮았습니다. 이는 스트레스 자체가 킬러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믿음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 생존율을 높이는 과학적인 전략인 것입니다.
회피 아닌 직면: 스트레스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지혜
많은 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며 잊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는 것’에 불과합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 때는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 같지만, 다음 날 숙취와 함께 현실로 돌아오면 그 문제는 여전히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진정한 스트레스 해소는 ‘반추’와 ‘성찰’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반추란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지나간 일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내 감정이 이것 때문에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관점을 바꾸고 상황을 재해석할 때 비로소 우리 뇌는 스트레스 상황을 종료하고 안정을 되찾습니다. 단순히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소법입니다.
생각이 몸을 움직이고, 영양이 마음을 지탱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실제 호르몬 분비까지 조절합니다. ‘그렐린’이라는 공복 호르몬 실험이 이를 명확히 증명합니다. 같은 칼로리의 셰이크를 마시게 하면서, 한 그룹에는 ‘고지방 고열량 셰이크’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는 ‘무지방 저열량 셰이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놀랍게도 고열량이라고 믿고 마신 그룹은 그렐린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포만감을 느꼈지만, 저열량이라고 믿은 그룹은 그렐린 수치가 별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섭취한 영양성분보다 "내가 무엇을 먹었다고 생각하는가"가 호르몬 분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것은 플라세보 효과와 같습니다. 내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으면 우리 몸은 그에 맞춰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하고 면역력을 강화합니다. 반대로 비관적인 생각은 몸을 위축시키고 질병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몸의 영양 상태를 챙기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전투 태세에 돌입하며 특정 영양소를 급격히 소모합니다. 이때 가장 빨리 고갈되는 영양소 중 하나가 ‘마그네슘’입니다. 마그네슘은 천연 신경 안정제 역할을 하며 근육을 이완시키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면 눈 밑이 떨리거나 뒷목이 뻣뻣해지고 피로감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혈관 건강과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과 부신 기능을 지지해주는 ‘비타민 C’와 같은 영양소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소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는 견과류, 해조류, 등 푸른 생선, 신선한 채소 등을 평소보다 더 챙겨 먹어 소모된 영양소를 적극적으로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그것을 적으로 규정하고 두려워하면 우리 몸은 정말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삶의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해석과 충분한 영양 섭취로 대응한다면, 스트레스는 오히려 우리를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신비한 방어벽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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