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똑같이 먹어가는데, 어떤 사람은 활력이 넘치고 어떤 사람은 여기저기 아프다며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50대가 넘어서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극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컨디션의 난조를 겪거나, 남들보다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우리는 ‘미세염증(micro-inflammation)’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4년 타임지 표지에서 이 미세염증을 두고 '침묵의 살인자(The Secret Killer)'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증상 없이 우리 몸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미세염증의 정체와 그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프지도 열도 없는데 내 몸이 녹슬고 있다고요?
우리가 흔히 아는 염증은 뚜렷한 증상을 동반합니다. 관절염, 편도선염, 맹장염처럼 통증이 있고 붓거나 열이 나는 것이 특징이지요. 이러한 증상 덕분에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미세염증은 이와는 매우 다릅니다. 말 그대로 미세한 염증이기 때문에 아프지도, 붓지도, 열이 나지도 않습니다. 몸속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미세염증은 증상이 없으므로 우리는 내 몸에 염증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종합검진으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염증은 혈관 질환, 관절염, 알츠하이머, 심지어 암 발생률까지 높이며 우리 몸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이것이 바로 미세염증이 가진 무서운 위협이며,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내 혈관을 병들게 하는 조용한 공범, 콜레스테롤의 반전
그렇다면 증상도 없이 조용히 찾아오는 이 염증은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요? 우리 몸의 세포가 손상되면 죽은 세포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작은 염증 반응이 일어납니다. 세포가 자주 손상될수록 이러한 미세염증이 쌓이게 됩니다. 특히 미세염증은 혈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흔히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막는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순수한 콜레스테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활성산소가 콜레스테롤을 산화시킬 때 발생합니다. 산화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 아래에 쌓이면서 미세염증 반응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염증은 아무런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결국 혈관 벽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혈소판이 달라붙어 피떡(혈전)을 만듭니다. 이것이 혈관을 딱딱하게 만들고 좁게 만들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또한 미세염증이 많아지면 잠자고 있던 노화 유전자나 암 유전자를 깨워 노화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미세염증의 소방수, 균형 잡힌 식탁에서 찾다
일반적인 염증은 항생제나 소염제로 치료하지만, 미세염증은 약으로 해결하는 것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활습관 교정과 올바른 영양분 섭취를 통해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미세염증을 줄이는 가장 대표적인 영양소는 오메가3 지방산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은 우리 몸의 염증 반응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조절하여 염증을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는 혈관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미세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요즘은 아이들도 설탕이나 당분이 많은 식습관 때문에 미세염증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오메가3 지방산은 전 연령층에게 필요한 영양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 푸른 생선, 들깨, 들기름, 견과류를 꾸준히 챙겨 먹거나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반대로 미세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지방산도 있습니다. 바로 육류나 달걀 등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6 지방산(아라키돈산)입니다. 물론 오메가6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과도할 경우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현대인의 식단은 오메가6 지방산이 오메가3 지방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을 1:1로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권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4:1의 비율이라도 맞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오메가6 지방산 중에서도 '달맞이꽃종자유(이브닝 프림로즈)'는 예외적으로 미세염증을 낮추는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니, 이러한 경우에 한해서는 섭취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노후를 원한다면, 당장 아픈 곳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소리 없이 내 몸을 녹슬게 하는 미세염증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 관리의 시작입니다. 오늘부터 식탁 위에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들을 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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