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아침, 우리가 무심코 집어 든 스마트폰과 출퇴근길을 함께하는 전기차, 그리고 깨끗한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력 발전기까지, 이 첨단 기기들이 부드럽게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법의 가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바로 희토류입니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무너지듯, 현대 산업에서 희토류가 사라지면 우리가 누리는 모든 첨단 문명은 그 즉시 멈춰 서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작은 광물이 단순한 소재를 넘어 전 세계 패권의 향방을 가르는 강대국 간의 예리한 무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는 이 보이지 않는 자원 전쟁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첨단 문명의 '마법의 가루', 보이지 않는 자원 전쟁의 서막

희토류는 그 이름 때문에 매우 희귀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지만, 사실 지각 내 매장량 자체는 구리만큼이나 풍부한 편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지각 전체에 널리 흩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넓은 모래사장 전체에 뿌려진 특정한 색깔의 모래알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것과 같은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란타넘족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이 너무나 유사하여 이를 개별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막대한 비용이 소모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역시 감당해야 할 몫으로, 희토류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다량 배출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토류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소재의 자성(磁性)과 광학적 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기차 모터의 심장인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이 희토류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량의 비타민이 우리 몸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듯, 첨단 산업에서 희토류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첨단 문명의 필수재임에도 불구하고 채굴과 정제의 어려움, 그리고 그로 인한 환경적 부담은 희토류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전략적 가치를 지닌 광물로 격상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의 거대한 해자(垓子): 희토류로 구축된 경제 안보의 성벽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 덩샤오핑의 이 선언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수십 년간 느슨한 환경 규제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해 왔습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제련 용량의 약 90%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 채굴된 광석이라도 결국 완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을 거쳐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중국에게 강력한 외교적, 경제적 지렛대가 됩니다. 최근 중국은 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출 통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10월에는 중국산 기술이나 원자재가 포함된 제3국 제품에 대해서도 통제권을 주장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경제적 의존을 무기로 상대국의 아킬레스건을 타격하는 '무기화된 상호의존성'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중국은 희토류를 단순히 수출 품목이 아닌, 국가 안보와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며, 전 세계 산업 지도에 거대한 해자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전 세계 국가들에게 희토류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바다 속 희망: 자원 독립을 향한 일본의 끈질긴 도전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가장 먼저 정면으로 부딪힌 국가는 일본이었습니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보복으로 일본 산업 전체가 마비될 뻔한 뼈아픈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이후 일본은 필사적인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펼쳤습니다. 정부 기관인 JOGMEC을 필두로 호주의 라이나스(Lynas) 같은 해외 광산에 과감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2025년 마침내 중국을 거치지 않은 독자적인 중희토류 공급망을 가동하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일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국 영토 내 미나미토리섬 인근 수심 6,000m 해저에서 막대한 양의 희토류 진흙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수백 년간 일본이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발견입니다. 2026년부터 시작될 심해 채굴 실증 실험은 일본을 자원 수입국에서 자원 독립국으로 탈바꿈시킬 원대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일본의 이러한 끈질긴 노력은 자원 빈국도 전략적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자원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기술로 쓰는 미래: 대한민국, 탈(脫) 희토류 시대의 선두에 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욱 긴박합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라는 3대 국가 핵심 산업이 모두 희토류의 대량 소비처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대한 가공 소재 의존도가 80~90%에 달하는 취약한 구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탄자니아 흑연 광산에 진출하며 아프리카로 공급망을 넓혔고, 삼성전자는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도시 광산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버려진 자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순환 경제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희토류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대폭 줄인 '탈(脫) 희토류 모터' 기술 개발은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비대칭 전력입니다. 일본이 바다 속에서 희토류를 찾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희토류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입 대체 효과를 넘어,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원을 가진 자와 기술을 가진 자 중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우리는 지금 그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자원 의존성을 극복하려는 대한민국의 노력은 전 세계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