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성인병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변화, 비만 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 되었습니다.
‘생활습관병‘이라는 표현 때문일까요? 많은 분이 당뇨병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합병증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나서야 비로소 심각하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당뇨병은 한번 진단받으면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무서운 질병입니다. 평균 10년에서 15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당뇨병 예비군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소리 없이 다가오는 살인마‘라고도 불립니다.
당뇨병, 과연 어떤 질병일까요?
당뇨병(糖尿病)이란 글자 그대로 소변(尿)에 당(糖)이 섞여 나오는 질병을 의미합니다. 우리 몸은 혈액 속 포도당, 즉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데, 이것이 바로 당뇨병입니다.
정상인의 경우, 공복 시 혈당 수치는 평균 70~100mg/dl 정도를 유지하며, 식사를 한 후에도 140mg/dl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혈당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170mg/dl 이상이 되면, 신장에서 포도당을 모두 재흡수하지 못하고 결국 소변으로 배출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뇨’ 상태입니다.
나는 괜찮을까? 당뇨병 진단 기준 바로 알기
“혹시 나도?” 하는 불안감이 드신다면, 당뇨병을 판정하는 기준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보통 몇 가지 검사를 통해 당뇨병을 진단합니다.
- 공복 혈당 검사
최소 8시간 이상 금식한 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입니다.
- 정상: 100mg/dl 미만
- 공복 혈당 장애 (경계형): 100~125mg/dl
- 당뇨병: 126mg/dl 이상
- 경구당부하 검사
공복 상태에서 포도당 75g을 물에 녹여 마신 뒤 2시간 후의 혈당을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식후 혈당 변화를 직접 확인하여 숨어있는 당뇨병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정상: 140mg/dl 미만
- 내당능장애 (경계형): 140~199mg/dl
- 당뇨병: 200mg/dl 이상
- 당화혈색소(HbA1c) 검사
당뇨병 전문의들이 공복 혈당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수치입니다. 혈당이 높으면 포도당이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에 달라붙는데, 이 비율을 측정한 것이 당화혈색소입니다. 적혈구의 수명이 약 100~120일 정도이므로, 이 검사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알려주는 매우 정확한 지표가 됩니다.
- 정상: 5.6% 이하
- 경계형 (당뇨병 고위험군): 5.7~6.4%
- 당뇨병: 6.5% 이상
안타깝게도 2년마다 시행되는 국가 건강검진에는 당화혈색소 검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숨어 있는 당뇨병을 놓치기 쉽습니다.
‘경계형 당뇨병’이라는 경고등을 무시하지 마세요
검사 결과 ‘정상’과 ‘당뇨병’ 사이에 해당하는 ‘경계형’ 또는 ‘당뇨병 예비군’ 판정을 받았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당뇨병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간 단계라는 강력한 경고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당뇨병 환자는 아니니까 괜찮아”라며 안심하고 이전의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당뇨병 환자와 똑같은 수준의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신은 당뇨병입니다!”라는 진단을 받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당뇨병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병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