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에서 시작된 병, 전신을 위협하다
치아 건강은 단순히 충치 유무로만 판단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잇몸’입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도, 그 토대인 잇몸에 문제가 생기면 무너지기 마련이죠. 치주질환은 충치와 달리 눈에 띄는 통증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치아를 지탱하던 뼈마저 녹여버립니다.
더 무서운 건, 이 잇몸병이 단지 치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뇌졸중, 당뇨병, 심지어 치매까지 잇몸병과 관련된 질환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가능성이 높고, 당뇨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어금니를 사용해 씹는 행위 자체가 인지 기능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잇몸병으로 인해 치아가 빠지면 그 기능도 상실되는 셈입니다.

치약, 아무거나 쓰면 안 됩니다
양치질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어떤 치약을 쓰느냐에 따라 구강 건강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불소’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계시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불소는 치아를 강화하고 충치를 예방하는 데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성분입니다.
특히 만 6개월 이후부터는 불소 함량이 1000ppm 이상인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충치 예방에 중요합니다. 어린아이도 예외는 아니며, 쌀알만큼 소량을 사용하는 경우 삼켜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양치 후 물로 입을 헹구는 습관은 불소의 보호막을 씻어내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치약이든 ‘고불소’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충치 발생 빈도가 높거나 구강 내 산도 환경이 나쁜 사람에게는 1450ppm 수준의 고불소 치약이 추천될 수 있으나, 중요한 건 개인의 구강 상태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칫솔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두 번, 혹은 세 번씩 칫솔질을 하며 스스로 구강 위생에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충치균과 잇몸병균은 다른 위치에서 활동합니다. 충치는 치아 표면에서, 잇몸병균은 치아와 잇몸 경계에서 자랍니다. 즉, 단순한 칫솔질로는 잇몸병을 막을 수 없습니다.
치아 사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치실, 넓은 간격의 치아 사이를 닦는 치간 칫솔, 세균 활동을 억제하는 구강 세정기까지 다양한 도구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특히 잇몸이 자주 붓거나 피가 나는 분이라면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할 때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염증이 있다는 신호일 뿐이며,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출혈은 점차 줄어듭니다. 단, 계속 피가 나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치과를 방문하셔야 합니다.
잇몸약? 가글? 꼭 필요한가요?
잇몸병이 진행 중일 때는 일시적으로 항균 가글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클로로헥시딘이라는 성분이 대표적이며, 잠자기 전 가글하면 세균 활동을 억제해 구취와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혀 착색이나 미각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단기 사용에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적인 의존보다는 생활 속 구강 관리 습관이 더욱 중요합니다.
불소에 대한 걱정, 왜 나올까?
불소(fluoride)는 전통적으로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WHO, 미국치과협회(ADA), 영국 NHS 등 세계적인 보건기구들은 모두 1000~1500ppm의 불소 함유 치약 사용을 공식적으로 권장하고 있죠.
그런데 최근 들어 “불소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거나 “독성 물질이다”라는 주장이 퍼지면서 일부에서는 불소를 피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주장에는 일부 과잉 노출 시의 동물실험 결과나, 고농도 불소에 장기간 노출된 특정 지역 사례를 근거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음용수 기준에서 불소를 과다 섭취한 경우이며, 치약에 포함된 불소는 삼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매우 제한적인 양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용에서는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학적 결론입니다.
치아는 ‘치료’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입니다
치아는 한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잇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염증이 깊어져 뼈가 녹기 시작한 경우, 더 이상 회복은 어렵고 진행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예방’입니다.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구강 검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최소 1년에 한 번은 치과를 방문해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단 음식, 끈적한 음식, 오랫동안 씹는 말린 음식 등 치아에 해가 되는 식습관도 자제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구강 건강 루틴
- 하루 두 번 이상 양치하되, 불소 치약을 사용하세요.
- 양치 후 물로 헹구지 마세요.
- 칫솔질과 함께 치실, 치간 칫솔을 사용하세요.
- 잇몸에 출혈이 있더라도 치실을 중단하지 마세요.
-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으세요.
- 끈적한 음식은 줄이고, 씹는 자극을 좌우로 균형 있게 주는 식습관을 가지세요.
건강한 치아는 외모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미소 속 자신감은 물론이고, 씹는 즐거움과 말하는 기쁨까지 지켜주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평생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구강 관리 습관을 시작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