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갑상선 기능 검사’ 항목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신 적 있으신가요? 혹은 “요즘 피곤한 게 혹시 갑상선 때문일까?” 하고 걱정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몸속에 작게 자리잡고 있지만, 온몸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 바로 갑상선과 부갑상선입니다. 생리 작용의 정교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이들 두 기관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름이 비슷한 탓에 헷갈리기 쉽고, 기능조차 막연하게만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죠.
이번 글에서는 갑상선과 부갑상선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왜 건강의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 되는지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갑상선 – 우리 몸의 에너지 조절 스위치
갑상선은 목의 앞부분, ‘아담의 사과’ 아래에 나비 모양으로 자리 잡은 작은 기관입니다. 비록 작지만, 이곳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온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조절자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의 주요 기능은 신진대사 조절입니다. 즉, 몸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고, 사용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죠.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몸 전체의 기능이 느려지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고, 체온이 낮아지고, 체중이 늘기도 합니다. 반대로 호르몬이 과도하면 몸은 과속 모드로 전환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체중이 급격히 줄며, 불안과 초조감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갑상선 자체가 마음대로 호르몬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라는 상위기관이 ‘지휘자’ 역할을 하며 갑상선을 조절합니다. 이 정교한 호르몬 신호 체계 덕분에 몸은 외부 환경에 맞춰 대사의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부갑상선 – 칼슘의 집사이자 뼈의 수호자
이름만 보면 갑상선의 ‘부속 기관’처럼 보이지만, 부갑상선은 완전히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별개의 기관입니다. 갑상선 뒷면에 작게 붙어 있으며, 보통 4개가 존재합니다. 크기는 콩알만 하지만,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부갑상선이 분비하는 부갑상선 호르몬(PTH)의 주요 임무는 단 하나, 칼슘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칼슘은 단순히 뼈의 재료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경 자극 전달, 근육 수축, 혈액 응고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중요한 미네랄입니다.
만약 혈액 내 칼슘 농도가 부족해지면, 부갑상선은 뼈에서 칼슘을 꺼내 쓰거나 신장에서 칼슘의 재흡수를 촉진시키고, 비타민 D의 활성화를 통해 장에서의 칼슘 흡수도 증가시킵니다. 이처럼 부갑상선은 전신을 관장하며 칼슘 대사의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이름은 비슷해도, 역할은 전혀 다릅니다
‘갑상선’과 ‘부갑상선’은 이름은 닮았지만, 조절하는 대상도, 기능도,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전혀 다릅니다.
갑상선은 전신 대사를 조절하여 에너지의 흐름을 컨트롤합니다.
부갑상선은 칼슘 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하여 뼈와 신경, 근육의 건강을 유지합니다.
둘 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며, 미세한 조절을 통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제어하는 영역이 다르기에 이 둘을 하나로 묶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갑상선 질환과 부갑상선 질환은 증상도 완전히 다르고, 치료 방법 역시 달라 정확한 이해와 구분이 중요합니다.
호르몬의 균형이 몸의 균형입니다
갑상선이나 부갑상선이 조금만 과하거나 부족해도,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때로 매우 모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히 피곤해서’, ‘나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셔야 할 점은, 피로, 체중 변화, 우울감, 손발 떨림, 근육통, 골다공증 등의 증상 뒤에 이 작은 기관들의 기능 이상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갑상선 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 정기적인 갑상선 기능 검사가 더욱 중요합니다.
작지만 결정적인 존재들
갑상선과 부갑상선은 각각 다른 언어로 몸과 대화를 나누는 조율자입니다. 에너지 흐름과 칼슘 균형이라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두 개의 축을 묵묵히 지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보이는 것만을 중시하지만, 건강의 진짜 관건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균형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균형을 만들어주는 기관들이 바로 이런 작은 내분비샘들이라는 점, 오늘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