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위기를 조율하는 작은 장기

세상살이가 팍팍할수록, 우리 몸 안의 작은 기관 하나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름하여 ‘부신’. 귀에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의 생명 유지와 건강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관이지요.

부신은 어디에, 어떤 모습일까요?

부신은 우리 몸에 두 개가 있으며, 각각 콩팥(신장)의 꼭대기에 모자처럼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콩팥 부(副)’ 자를 써서 ‘부신(副腎)’이라고 부릅니다. 무게는 약 5g으로 작지만, 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지요.

부신은 크게 바깥의 부신피질과 속의 부신수질로 나뉩니다. 이 두 부분은 서로 다른 호르몬을 만들어내며, 우리 몸이 위기 상황을 넘기거나, 에너지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신이야기

부신피질: 생존을 위한 호르몬 공장

부신피질에서는 세 가지 주요 호르몬이 만들어집니다.

  • 당질코르티코이드(코르티솔) –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며, 혈당을 올리고 염증을 억제합니다. 심한 스트레스 상황이나 장시간의 공복 상태에서 우리 몸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 무기질코르티코이드(알도스테론) – 체내의 수분과 염분 균형을 조절하여 혈압 유지에 기여합니다.
  • 성호르몬(안드로겐) –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부신피질은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합니다.

부신수질: 긴급상황의 빠른 대응부대

부신수질은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가 ‘깜짝 놀라거나’, ‘달아날 준비를 해야 할 때’ 작동합니다. 즉,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호흡 촉진 등의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죠.

이 반응은 우리가 갑작스런 위험 앞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라고도 부릅니다.

부신과 관련된 질환,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쿠싱증후군

코르티솔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될 때 생깁니다. 얼굴이 둥글고 붉어지는 달덩이 얼굴, 중심성 비만, 근육 약화, 피부가 얇아지며 멍이 잘 드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애디슨병

반대로, 부신피질 기능이 저하되어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이 부족해지는 병입니다. 체중감소, 저혈압, 피로감, 피부 색소 침착이 특징이며, 심한 경우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갈색세포종

부신수질에서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드문 종양입니다. 심한 고혈압, 두통, 발한, 가슴 두근거림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부신을 위한 생활습관

부신은 조용히 있지만 바쁘게 일하는 장기입니다. 무리한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수면 부족은 부신에 큰 부담을 줍니다. 부신 건강을 지키려면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로 리듬을 유지하세요.
  •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명상, 요가, 산책 등을 생활에 도입해보세요.
  • 비타민 B, C와 마그네슘은 부신의 기능을 돕는 영양소입니다. 식사를 통해 꾸준히 섭취하면 좋습니다.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시대, 부신은 우리 몸의 가장 충직한 조력자입니다. 혹시 요즘 유난히 피로하고, 무기력하거나 이유 없이 혈압이 흔들린다면, 부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일지 모릅니다. 오늘부터 나의 작은 장기, 부신을 위해도 한 템포 쉬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스트레스와 부신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