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땅으로 떨어지고,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이런 규칙들은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계, 즉 원자와 전자, 광자들이 움직이는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양자역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양자역학에는 정말 흥미로운, 어쩌면 현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한 미스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찰하면 바뀌는 현실” 이라는 개념입니다.

고양이 하나로 설명되는 양자역학의 기이함
많은 분들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한 이야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떠올려볼까요? 이 가상의 실험은 양자역학의 기이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 방사성 물질, 방사선 검출기, 독극물 병이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붕괴되면 검출기가 이를 감지하고 독극물 병이 깨져 고양이는 죽습니다. 그러나 붕괴되지 않으면 고양이는 살아 있지요. 문제는 방사성 물질이 양자 중첩 상태, 즉 동시에 붕괴된 상태와 붕괴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상자 안 고양이도 동시에 살아 있고, 죽어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 고양이의 상태는 하나로 확정됩니다. 살아 있거나, 죽었거나.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그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게 바로 양자역학의 핵심 중 하나인 관측 문제입니다. 즉, 관찰자가 개입하는 순간 현실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중슬릿 실험: 보는 순간 달라지는 입자의 행동
슈뢰딩거의 고양이보다 더 충격적인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이중슬릿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빛이나 전자가 두 개의 슬릿(틈)을 통과할 때, 그 뒤의 스크린에 어떤 패턴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입니다. 처음엔 빛을 파동처럼 생각해서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하면 간섭 무늬가 나타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전자 같은 입자를 하나씩 쏘아도, 누적된 패턴은 간섭 무늬처럼 나타납니다. 전자가 입자인데도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전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관찰을 시작하면, 결과가 바뀝니다! 전자는 더 이상 간섭 무늬를 만들지 않고, 입자처럼 하나의 슬릿만을 통과한 흔적을 남깁니다. 관찰을 하지 않으면 파동, 관찰을 하면 입자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세상을 본다는 행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현실은 고정된 것이 아닐까?
이런 양자역학의 세계를 보면, 현실은 마치 고정되어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우리가 그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어떤 상태로 확정된다는 뜻이니까요. 이 개념은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보지 않는 동안, 달은 정말 존재하는가?”
“누군가가 보고 있지 않으면, 현실은 어떤 모습인가?”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과학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양자역학이 우리 삶에 주는 메시지
물론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양자현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과가 중첩 상태로 떨어지지 않고, 전구가 켜졌다 꺼졌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미시 세계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들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반도체, 레이저, MRI 같은 것들이 양자역학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양자역학이 우리가 믿어왔던 현실의 틀을 깨뜨린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는 행위 자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바라보는가”가 나의 현실을 만드는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