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질문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존재의 의미를 향한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너무나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누군가가 만든 게 아닐까?”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딱 맞는 숫자들, 너무 절묘하지 않나요?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기본 상수’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중력의 세기, 전자 질량, 양성자의 전하, 플랑크 상수… 이 모든 것들은 마치 정밀하게 조율된 조율표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약간만 달랐다면, 지금의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예를 들어 중력이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약했어도, 별이 수축해 빛을 내는 과정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태양도 지구도 생명도 없었겠죠. 반대로 중력이 더 강했다면 우주는 순식간에 붕괴됐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정밀함은 때로 “우주 미세 조정(fine-tuning)”이라 불리며, 설계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설계가 아니라 ‘우연’일 수도 있다?
반면, 많은 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교해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설계자가 있는 건 아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론 중 하나는 다중 우주 이론(multiverse)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 외에도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며, 그중 ‘우연히’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조율된 우주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단순히 “우연히 생명이 가능한 우주에 태어난 존재”일 뿐이라는 설명이죠. 마치 수백 개의 복권을 동시에 긁었는데, 그중 하나가 당첨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중 우주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설명도 결국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설계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을 수도?
우주는 과연 외부에서 설계되었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방식, 곧 의식 자체가 설계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당신이 우주다》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즉, 우주는 객관적 실체가 아닌 참여형 우주, 다시 말해 우리를 통해 구현되는 우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곧 우주의 현실을 구성한다는 것이죠.
이런 시각에서 보면, ‘설계자’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당신 자신의 의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경험, 감정, 사고방식 하나하나가 지금 이 순간의 우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우주는 설계된 걸까요?
이 질문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점점 더 다음과 같은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주는 ‘너무도 절묘하게’ 생명이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하지만 이 절묘함은 ‘우연’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식이 현실을 창조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설계의 여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우주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습니까?”
설계는 어쩌면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우주는 설계되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그 우주의 중심에서 자각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매 순간, 우리의 생각과 감정, 선택이 곧 ‘우주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우주는 설계되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우주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가?” 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