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이 말은 부모님의 밥상 교육뿐 아니라 학교 급식, 병원 영양상담, 심지어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었지요. 그런데 이 익숙한 문장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골고루 먹는다는 말 속에 숨은 함정
‘골고루 먹는다’는 말은 겉보기엔 매우 합리적인 원칙처럼 보입니다.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말이니까요. 문제는 이 원칙이 ‘모든 음식을 비슷한 비율로, 한 끼에 함께 섞어서 먹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몸은 각각의 음식군에 대해 소화 효소를 다르게 분비하며, 이들 효소가 서로 충돌할 경우 오히려 소화가 방해되고 독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소화에 필요한 위산은 전분 소화에 필요한 알칼리성 환경과 정반대입니다. 고기와 밥을 함께 먹으면 소화기관은 상반된 조건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부담을 겪게 되는 것이죠. 결국 ‘골고루 먹자’는 말은 몸의 입장이 아닌 식탁 위의 상식일 뿐입니다.
식탁 위 조합이 건강을 좌우합니다
단순히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과 함께 먹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과일은 다른 음식과 섞어 먹으면 발효가 빠르게 진행되어 소화 불량이나 가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과일은 공복에, 단독으로 먹어야만 진정한 영양소가 흡수되고 체내 독소를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원칙은 단지 과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단백 음식과 탄수화물을 함께 먹는 것, 유제품과 과일을 섞는 것, 다이어트용 스무디에 여러 식품을 무작위로 넣는 것—all no. 이처럼 ‘골고루’라는 이름으로 마구 섞어 먹는 습관은 소화계의 부담을 늘리고, 결국 피로, 체중 증가,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균형을 원하지, 복잡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늘 단순합니다. 야생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선택하고, 한 번에 한 가지씩 섭취합니다. 과일을 먹을 때는 오로지 그것만 먹고, 단백질이 필요할 땐 다른 것과 섞지 않습니다. 그들의 식습관은 건강하고 효율적이며, 해독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문화와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먹고, 그것이 오히려 ‘건강한 식사’라고 착각합니다. 실제로는 몸에 독이 되는 조합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말이죠.

진정한 균형식이란 무엇일까?
진짜 균형식이란 다양한 음식을 ‘한 끼’에 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전체’ 혹은 ‘일주일 단위’로 조화롭게 섭취하는 것입니다. 아침엔 가볍게 과일이나 채소 중심으로 시작하고, 점심엔 곡류와 채소, 저녁엔 가벼운 단백질 위주로 구성하는 등 식사 간 간격과 조합을 잘 맞춰야 합니다.
특히 우리 몸은 오전에는 해독과 배출이 집중되는 시간이라 이 시간대에 과일만 섭취하거나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저녁에 육류와 전분을 한꺼번에 먹는다면, 소화가 느려지고 독소가 체내에 더 오래 남게 됩니다.
건강을 위한 식단의 핵심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닌 ‘올바르게 먹는 것’입니다. 음식은 양보다 질, 그리고 무엇보다 조합이 중요합니다.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결국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는지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진실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 진실을 안다면, 이제 식탁 앞에서의 선택이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