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단순한 바이러스의 창궐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도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팬데믹은 글로벌 공동체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각국은 ‘세계 시민’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위기 앞에서는 자국민 보호와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했습니다. 백신 확보전, 마스크 전쟁, 국경 봉쇄 등은 국제 협력의 취약성을 극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자국 이기주의’라는 흐름을 더욱 고착화시키며, 기존의 글로벌라이제이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습니다.

다가오는 미래

ChatGPT의 등장과 국가의 재정의

팬데믹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입니다. 특히 ChatGPT 같은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회 전반의 규칙과 역할을 재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교육과 복지 등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이 구조에 큰 균열을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 AI 튜터가 교사를 대체하거나, 행정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국가의 고유한 기능 일부가 민간 영역으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또한 AI는 국경을 초월해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보가 곧 권력인 시대에 국가가 어떻게 주권을 지키고 국민을 보호할지, 새로운 해법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새로운 경제 질서

팬데믹과 AI의 등장은 자본주의 체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팬데믹 동안 우리는 ‘필수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했지만, 여전히 이들이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는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동시에 AI는 노동 시장의 지형을 빠르게 변화시키며 기존의 고용 구조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무한한 성장과 이윤 추구였지만, 환경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인해 그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나 기본소득 논의처럼,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중적 현실 속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습니다.

다가오는 미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빠르게, 더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국가의 경계는 흐려지고, 경제의 중심축은 디지털과 데이터로 이동하며, 개인은 더욱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불평등, 사회적 갈등, 정체성의 혼란 같은 도전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과거의 틀을 유지하려고 하기보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 더 공정한 경제 시스템, 그리고 더 인간적인 기술 사용 방식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위기의 시대를 기회로 전환할 지혜와 연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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