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맛있는 식사 후에 즐거움 대신 속이 더부룩하고 피로가 몰려온 경험이 있으신가요?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영양제까지 먹는데도 몸은 왜 변하지 않고 피곤함은 그대로일까요? 우리는 풍족하게 먹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이들이 ‘배부른 영양실조’를 겪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먹는 행위와 우리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여 에너지로 쓰는 과정 사이의 중요한 ‘연결 고리’를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핵심 열쇠는 바로 우리 몸속의 보이지 않는 일꾼, 효소(Enzyme)에 있습니다.
생명의 불꽃, 효소란 무엇일까요?
효소는 우리 몸의 모든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체 촉매입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잘게 쪼개고 , 세포를 만들며 , 낡은 세포를 청소하고 , 에너지를 만드는 등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합니다. 좋은 장작(영양소)이 있어도 불꽃(효소)이 없으면 타오를 수 없듯이, 우리 몸도 효소가 없다면 숨 쉬고, 심장이 뛰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생명 활동조차 불가능해집니다. 우리 몸속에는 약 3천억 명의 일꾼과도 같은 효소들이 쉴 새 없이 일하며 생명을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효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화 효소 vs. 대사 효소: 우리 몸의 시소 게임
우리 몸의 효소는 소화 효소와 대사 효소로 나뉩니다. 소화 효소는 이름 그대로 우리가 먹은 음식을 몸이 흡수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주는 ‘분해 전문 일꾼’입니다. 대사 효소는 소화된 영양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세포를 재생하며, 노폐물을 배출하고, 면역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모든 생명 활동을 총괄하는 ‘생명 활동 총감독‘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두 효소가 ‘시소’와 같은 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이 평생 만들어낼 수 있는 효소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 이 한정된 양을 소화와 대사에 나누어 쓰는 것입니다.
만약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을 많이 먹어 ‘소화 효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소화에 효소의 80%를 사용하게 되면, 대사에 쓸 수 있는 효소는 20%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대사 효소가 부족해지면 에너지 생성에 차질이 생기고, 이것이 바로 만성피로와 기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내 몸의 효소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은 효소를 고갈시키는 환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Heat): 효소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열입니다. 효소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열에 매우 취약한데, 대부분
48℃가 넘으면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완전히 파괴됩니다. 날계란을 익히면 다시 날것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한번 열로 파괴된 효소는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찌고, 굽고, 튀기는 우리의 식습관은 음식 본래의 효소를 우리 손으로 파괴하고 먹는 것과 같습니다.
가공식품: 현대인의 식탁을 점령한 가공식품은 유통과 보존을 위한 고온 살균 처리와 방부제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효소는 완벽하게 제거되어, 칼로리는 있지만 생명력(효소)은 없는 ‘죽은 음식’이 됩니다.
스트레스와 노화: 스트레스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대사 효소를 대량으로 소모시킵니다. 슬프게도 나이가 들면서 효소를 생산하는 능력 또한 급격히 감소합니다.
20대에 100%였던 효소 생산 능력은 40대가 되면 절반(50%)으로 줄고, 60대에는 1/4(25%)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젊을 때와 똑같이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기운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효소 통장을 지키는 현명한 방법
그렇다면 바닥나고 있는 우리 몸의 ‘효소 통장’ 잔고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효소가 풍부한 ‘살아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신선한 생채소, 과일, 그리고 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에는 자체적으로 ‘외부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이 음식들은 스스로를 분해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우리 몸의 소화 효소를 아껴주는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이 매끼 신선한 생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시간 부족, 농약 문제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이미 효소 생산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식단 개선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적극적이고 현명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음식을 오래 씹는 것입니다. 오래 씹는 것만으로도 소화 효소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만성피로, 소화불량, 면역력 저하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내 몸의 효소 통장이 바닥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작은 선택이 건강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효소를 아끼는 지혜로운 생활 습관으로 지치지 않는 활기찬 내일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