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혈압이 높다’는 말을 흔히 듣게 됩니다. 너무 익숙해서일까요? 많은 분이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현상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혈압은 증상이 없기에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며,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질병의 신호입니다. 오늘 우리는 고혈압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최신 통계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내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 고혈압이란 무엇일까요?
혈압이란 심장이 우리 몸의 모든 장기와 세포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미는 힘이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120/80mmHg)를 정상으로 봅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 정도의 압력만으로도 몸 구석구석까지 충분한 혈액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액이 탁해져 정상 압력만으로는 충분한 혈액을 보낼 수 없게 되면, 우리 몸은 스스로 압력을 높여서라도 혈액을 보내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고혈압입니다. 수축기 혈압 140mmHg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간혹 ‘나이가 들면 혈압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며, 자기 나이에 90을 더한 것을 정상 혈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정상 혈압은 120/80mmHg이며, 실제로 80~90대 어르신 중에도 건강한 분들은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20대 젊은 나이라도 건강이 좋지 않으면 혈압이 180mmHg를 훌쩍 넘기도 합니다. 혈압은 나이가 아닌,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 셈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고혈압 경고등’, 충격적인 최신 통계
고혈압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약 28%인 1,23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3년 한 해에만 고혈압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약 746만 명에 이릅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젊은 층의 고혈압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단 5년 사이, 20대 고혈압 환자는 27.9%, 30대는 19.1%나 급증했습니다. [Source: 2.7] 하지만 정작 젊은 세대는 고혈압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30대 고혈압 환자 4명 중 3명은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 조기 발견과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이는 고혈압이 더 이상 노년층만의 질병이 아니며, 전 세대에 걸친 즉각적인 관심과 관리가 시급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혈압이 높다는 것의 진짜 의미와 위험성
전문가들은 고혈압으로 인해 심장병, 뇌졸중, 신장병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긴다고 말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들은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 고혈압을 일으킨 근본 원인으로 인해 함께 동반되는 질병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혈압 그 자체가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첫째,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한 뇌혈관이 터지는 경우입니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어 뇌졸중으로 이어지며, 이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 둘째, 반대로 심장이 아무리 큰 힘을 가해도 혈압을 충분히 높이지 못하게 되면, 결국 뇌세포가 필요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인지 기능, 언어 기능, 행동 장애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결국 고혈압은 우리 몸이 ‘산소와 영양 공급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절박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 단순히 혈압 수치를 약으로 낮추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혈압 수치를 확인하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