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8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13년이 걸렸지만, 챗GPT는 불과 2년 반 만에 그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등 후발 주자들까지 고려하면, 인공지능(AI)의 확산 속도는 과거 어떤 기술 혁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AI의 등장을 전기의 발명, 혹은 그 이상의 근본적인 사회 변화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심상치 않은 징후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경제 지표는 상승하는데 채용 공고는 사라지고,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대학가에서는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속출합니다. 축복으로 가장된 저주가 될지도 모르는 AI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직시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번영 속의 그림자: 청년 일자리 소멸이 던지는 경고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흥미로우면서도 두려운 현상이 발견됩니다. 과거에는 주가 지수와 구인 그래프가 거의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였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었지요. 하지만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 이후 이 공식은 완전히 깨졌습니다. 경기는 미친 듯이 좋아지는데, 구인 그래프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충격의 여파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시니어의 일자리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부활하는 반면, 주니어(청년)의 일자리는 소멸하는 추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냉정하게 따져볼 때, 업무를 배우는 데 2~3년이 걸리는 신입 사원보다, 시니어 한 명이 AI를 활용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AI가 인간의 ‘증강(Augmentation)’을 돕는 단계를 넘어, 인간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는 ‘자동화(Automation)’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분 최적화’가 사회 전체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주니어를 뽑지 않으면, 10년 뒤 우리 사회에는 ‘10년 차 숙련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기업의 단기적 이익 추구가 미래의 인적 자본을 갉아먹는 구조적 모순이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사고의 근육을 잃어가는 우리: 대학가의 충격적인 현실

최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만을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는 AI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현재의 시험 제도는 학생이 개념을 알고 있는지, 이해하는지, 응용할 수 있는지를 묻기보다는, 단순히 등급을 매기기 위한 ‘주입식 암기 테스트’에 머물러 있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는 AI가 인간보다 월등히 잘 풀어냅니다. 이를 운동에 비유하자면, AI는 헬스클럽의 유능한 트레이너와 같습니다. 트레이너에게 운동법을 배우고 자세를 교정받는 것은 훌륭한 활용법입니다. 하지만 “나 대신 무거운 령을 들어달라”고 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운동 효과는 트레이너가 가져가고, 정작 내 몸은 ‘순두부’처럼 근육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AI 의존 현상은 인류 전체가 스스로 사고하고 고민하는 힘, 즉 ‘뇌의 근육’을 기계에 외주 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AI의 편리함에 매몰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인류의 지적 성장은 멈추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래를 여는 열쇠: 인간만이 던질 수 있는 탁월한 질문

그렇다면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해답은 ‘질문’에 있습니다. AI라는 블랙박스 안에 세상의 모든 정답이 들어있다면, 인간에게 남은 최후의, 그리고 최고의 능력은 바로 ‘탁월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T자형 인재’가 다시 각광받을 것입니다. 풍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AI에게 무엇을 물어볼지 알 수 있고, AI가 내놓은 답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은 AI가 맡고, 그중 무엇이 옳은 길인지 묻고 결정하는 ‘최고 질문 책임자(Chief Question Officer)’의 지위는 인간이 가져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AI가 창출한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합니다. 신안군의 ‘태양광 연금’ 사례처럼, AI가 벌어들인 수익이 사회 안전망이 되고, 청년 일자리를 지키는 재원이 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세탁기가 빨래할 시간을 줄여주었듯, AI가 인간의 고된 노동을 줄여주고 그 혜택이 인류 전체에게 돌아가도록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는 AI를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닌,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잠재력을 가진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 방향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