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당이 세포질에서 해당과정을 거쳐 피루브산(pyruvate) 으로 변환된 이후, 우리의 에너지는 바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로 향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흔히 세포의 발전소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여기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에너지는 우리가 움직이고, 숨 쉬고, 생각하는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발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라인이 바로 TCA 회로입니다. TCA는 Tricarboxylic Acid Cycle의 약자로, 시트르산 회로 또는 크렙스 회로라고도 불립니다. 이 회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질(matrix) 에서 이루어지며,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가 완전히 분해되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마지막 대사 단계입니다.

미토콘드리아

피루브산, 문을 열고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다

포도당이 해당과정을 통해 피루브산으로 변환되면, 이 피루브산은 미토콘드리아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아세틸-CoA(Acetyl-Coenzyme A) 라는 형태로 다시 변환됩니다. 이때 피루브산 탈수소효소 복합체라는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세틸-CoA는 TCA 회로의 입장권과 같습니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형태로 바뀌어야 미토콘드리아 속에서 다음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TCA 회로의 여정, 그 복잡하지만 정교한 경로

아세틸-CoA가 TCA 회로에 들어서면, 여러 단계의 화학 반응을 거치며 완전히 분해됩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CO₂) 가 생성되고, 에너지를 담는 분자인 NADH, FADH₂, 그리고 소량의 ATP 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TCA 회로의 흐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세틸-CoA + 옥살로아세트산 → 시트르산

첫 단계에서 아세틸-CoA는 옥살로아세트산(oxaloacetate) 와 결합하여 시트르산(citrate) 을 만듭니다. 시트르산 회로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습니다.

시트르산 → 이소시트르산 → 알파-케토글루타르산

시트르산은 여러 효소 반응을 거쳐 이소시트르산(isocitrate), 그리고 알파-케토글루타르산(α-ketoglutarate) 으로 변환됩니다. 이 과정에서 NADH 가 생성됩니다.

알파-케토글루타르산 → 숙시닐-CoA

다시 탈탄산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숙시닐-CoA(succinyl-CoA) 로 변환됩니다. 이때 또 한 번 NADH가 생성됩니다.

숙시닐-CoA → 숙신산 → 푸마르산 → 말산 → 옥살로아세트산

숙시닐-CoA는 숙신산(succinate) 으로, 다시 푸마르산(fumarate), 말산(malate) 을 거쳐 처음의 옥살로아세트산으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FADH₂ 와 NADH가 추가로 생성되며, GTP 또는 ATP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 회로는 마치 한 바퀴를 도는 것처럼 아세틸-CoA가 들어오고 나서 이산화탄소와 에너지원들을 남긴 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가집니다.

TCA회로 구연산회로

TCA 회로에서 생성된 NADH와 FADH₂의 역할

TCA 회로의 핵심은 ATP를 직접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NADH 와 FADH₂ 라는 고에너지 전자 운반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이 전자 운반체들은 이후 전자전달계(ETC) 로 넘어가, 여기서 막대한 양의 ATP를 생산하는 데 활용됩니다.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리아의 내막(inner membrane) 에 위치하며, NADH와 FADH₂가 전달하는 전자를 통해 프로톤(H⁺) 을 막을 사이에 이동시키고, 이 농도 차이를 이용해 ATP 합성효소(ATP synthase) 를 통해 ATP를 생성합니다. 이때 생성되는 ATP의 양은 해당과정과 TCA 회로를 통틀어 가장 많습니다.

TCA 회로는 에너지만을 위한 회로가 아닙니다

TCA 회로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 공정이 아닙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아미노산, 지방산, 핵산 등 여러 물질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즉,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대사의 중심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TCA 회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단순히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대사 장애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넘어 생명 유지의 중심축

우리가 숨을 쉴 때 들이마신 산소는 어디로 갈까요? 바로 이 TCA 회로와 전자전달계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됩니다. 따라서 호흡과 에너지 대사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회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몸속 세포 하나하나에서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복잡하고 정교한 회로 덕분에 우리는 움직이고, 생각하고,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명의 불꽃을 지피는 중심 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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